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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이별에 필요한 줄거리 캐릭터 OST 평점 후기

by ifoworld 2025. 6. 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이별에 필요한 포스터


2025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이정표로 떠오른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단순히 '한국 최초의 넷플릭스 애니'라는 수식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이 작품은, 깊이 있는 캐릭터 서사, 현실적인 감정 묘사, 음악과 우주의 상징적 결합을 통해 진심 어린 로맨스를 전하는 동시에 SF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갈망을 섬세히 짚어냅니다. 화성과 지구, 두 세계를 잇는 사랑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가 각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말해주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합니다.

1. 줄거리 - 우주보다 멀리 있는 감정의 거리

2050년 서울. 배경은 미래적이지만 동시에 낯익은 레트로 감성이 겹쳐져 있는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이 세계 속의 주인공 난영은 화성 탐사 중 실종된 우주비행사 어머니의 뒤를 이어 자신도 화성 프로젝트에 지원한 과학자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시험에서 탈락하며 꿈을 잠시 접게 되죠. 좌절한 그녀가 우연히 들른 음향기기 수리점에서 제이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제이는 한때 뮤지션을 꿈꿨지만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해 음악을 멀리한 청년입니다. 난영과 제이는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조심스럽게 가까워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난영에게 다시 화성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찾아옵니다. 단, 그 여정에는 유언장을 남겨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위험이 동반됩니다. 그들은 결국 '사랑하지만 떠나야만 하는' 관계가 되어, 지구와 화성이라는 두 세계로 갈라서게 됩니다. 이별 후 난영은 화성에서 실종되고, 제이는 그녀의 메시지와 기억을 붙잡은 채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되며 영화는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2. 캐릭터 - 상처와 용기로 빚어낸 입체적 주인공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뛰어넘는 ‘입체적 캐릭터’ 구성입니다. 김태리가 연기한 난영은 외면적으로는 강하고 당찬 과학자지만,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화성에 가는 것이 어머니의 삶을 계승하는 것이라 믿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선택에 대한 내적 갈등도 큽니다. 반면 홍경이 연기한 제이는 실패로부터 도망쳐 삶을 관망하듯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난영과의 만남은 그에게 다시 음악을 향한 용기와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형적인 로맨스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서로를 구원하거나 끌어당기기보단, ‘그 자리에서 빛나도록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는 존재’로 발전해나가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이며 감동적입니다. 조연 캐릭터들 역시 각자의 이야기와 목적을 가지고 극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난영의 동생 윤재, 제이의 동료 로사 등은 그들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3. 연출과 미술 - 미래와 아날로그의 절묘한 결합

한지원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장센’ 가능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배경은 미래 도시 서울이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턴테이블, 카세트 플레이어, LP 레코드 등은 묘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지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정서와 연결된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난영이 화성 탐사에 재도전하기 전, 어머니의 턴테이블을 통해 처음으로 제이와 교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모멘트로 꼽힙니다. 이는 '시간과 기억, 소리와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술적 완성입니다.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플래시백과 현실을 넘나드는 전개, 느린 장면 전환, 조용하지만 묵직한 클로즈업 컷들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히 따라갑니다.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역동성 대신, 한국적 감수성에 기반한 조용한 서정미로 승부합니다.

4. 음악과 OST - 귀로 듣는 서사

‘이 별에 필요한’은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의 핵심 요소입니다. 제이의 직업이 ‘음향기기 수리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 작품의 음악 중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치입니다. 음악은 두 사람을 연결하고, 이별을 극복하게 하며, 꿈을 다시 붙잡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OST는 감성적이면서도 절제된 멜로디로 영화의 분위기를 훌륭히 살려냅니다. 특히 김태리와 홍경이 직접 부른 삽입곡은, 감정의 깊이를 목소리로 전달하는 또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에 존박이 참여한 메인 테마곡은 감정의 파고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극중 제이가 음악을 다시 시작하며 작곡한 노래는 ‘잃어버렸던 꿈을 회복하는 노래’로써,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연출합니다. 단순한 듣는 음악이 아니라, 극적 흐름과 완전히 통합된 ‘귀로 듣는 서사’가 완성된 것이죠.

5. 반응과 평점 -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

이 별에 필요한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IMDb에서는 7.4점, Rotten Tomatoes에서는 무려 91%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감정의 진심이 느껴진다”, “목소리 연기로 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리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SF라는 장르가 가진 기술 중심적 특성을 로맨스와 인간 중심으로 치환한 점은 한국형 장르물의 좋은 사례로 손꼽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유아용, 교육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며,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도달할 가능성도 크다는 기대를 모읍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가 전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역시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6. 결론 -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

‘이 별에 필요한’은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 꿈을 향한 용기, 사랑의 인내, 그리고 이별을 통한 성장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작품 속 난영과 제이가 서로를 통해 다시 자신의 길을 발견하듯, 관객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감정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화성이라는 비현실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야기의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이며 공감 가득합니다. 이는 한지원 감독이 수년간 쌓아온 감성 연출의 정수가 응축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가 연출한 전작들, 특히 아만자와 그 여름에서 보였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미장센은 이 작품에서 정점에 도달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시대를 연 이 별에 필요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로 오래도록 회자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