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실사화한 『백설공주』가 국내 개봉되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즈니 최초의 프린세스 이야기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고전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마크 웹 감독이 연출을 맡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신예 레이첼 지글러와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아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개봉 전부터 논란을 몰고 다니던 이 작품은, 정작 본편을 확인한 이후에도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시청각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내러티브의 허점과 메시지의 혼란, 캐릭터 해석의 난해함이 더해지며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본 영화의 주요 구성 요소들을 항목별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현대적 시도와 전통적 서사의 부조화
영화 는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하되, 그 내용과 구조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새로운 버전의 서사를 제시합니다. 눈보라 치던 밤 태어난 백설공주는 왕국의 사랑을 받는 공주로 자라지만, 마법을 다루는 여왕이 왕국을 장악하면서 숲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외롭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그녀는 일곱 명의 신비로운 광부들과 조우하고, 그들과 함께 진정한 용기와 내면의 힘을 발견해 나가며,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구성은 기본적으로 ‘자각과 성장’이라는 디즈니 프린세스의 전형적 스토리 아크를 따릅니다. 그러나 영화는 기존의 백설공주처럼 수동적으로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싸움을 선택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백설공주를 재해석합니다. 이러한 서사적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문제는 그 과정이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요 갈등의 동기 부여가 약하고, 이야기 전개의 매끄러움도 떨어지며, 특히 인물 간의 감정선 연결이 단편적으로 제시돼 감정 이입이 어려운 구조를 보입니다.
출연진과 캐릭터: 외형의 괴리, 내면의 해석 불균형
레이첼 지글러가 연기한 백설공주는 기존의 백설공주와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입니다. 그녀는 동양과 라틴계 혼혈이라는 배경에서 오는 독특한 외형과 진취적인 캐릭터 해석으로, 새로운 디즈니 프린세스를 구현하려 했습니다. 초반 아역 배우와의 연결도 자연스럽고, 노래 실력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성인 백설공주로 변환되는 시점부터 이야기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온도감이 급격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관객은 인물의 성장 서사를 납득하기 어렵고, 감정 흐름에 혼선을 느끼게 됩니다. 반면 갤 가돗은 ‘여왕’ 역에서 강한 시각적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원더우먼>에서 보여준 전설적인 비주얼은 여전히 강렬하며, 복장과 연출 또한 캐릭터의 위엄을 강조합니다. 다만 그녀의 비주얼적 우위는 오히려 이야기의 중심 갈등인 ‘누가 더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관객은 “왜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다고 여겨지는가”라는 당위성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게 되며, 그로 인해 전체 서사의 신뢰도가 흔들립니다. 부차적으로 등장하는 일곱 광부 캐릭터들도 개성이 부족하며, 그들의 관계가 백설공주의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에는 서사적 설계가 미흡합니다.
결말 해석: 고전의 요소를 차용한 미완의 구조
결말부는 전통적인 백설공주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독사과’ 에피소드를 차용하며 원작에 대한 오마주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독사과 설정의 동기가 영화 내 서사와 충돌한다는 데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여왕이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을 할 자가 없을 것이라는 오판 하에 독사과를 사용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미 백설공주가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와 교류하고 있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왕이 그를 인식하고도 방치했다는 설정은 서사적으로 납득되지 않으며, 독사과의 ‘무력화 가능성’을 여왕이 애초부터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허점을 드러냅니다. 결국 영화는 원작 동화의 주요 장면을 따라가되, 자신이 새롭게 구성한 인물 구도와 설정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백설공주의 리더십이나 전략, 내면의 힘이 결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여러 사건이 단순히 '결과적으로' 그렇게 흘러갔다는 느낌이 강해 이야기의 카타르시스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결론적으로, 고전 요소와 현대 해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결말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흐리게 만들고 맙니다.
시청각적 연출: 화려하지만 공허한 시각과 사운드
의 시청각적 요소는 디즈니 실사화의 전통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크 웹 감독의 연출 아래 구현된 마법의 숲과 동물 캐릭터들은 시각적으로 충분한 동화적 상징성과 매력을 지닙니다. 동물들의 큰 눈과 부드러운 움직임은 관객에게 귀여움과 동화적인 따뜻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라이온 킹>과 달리 현실성을 추구하기보다 감성을 강조하는 방향이 주효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매력과 달리, 음악과 뮤지컬 구성은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았습니다. 레이첼 지글러의 가창력 자체는 훌륭하지만, 극 중 노래들이 이야기의 전개나 감정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삽입된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감정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는 그 연결 고리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노래의 서사적 기능이 약하며,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뮤지컬 넘버마저도 감정의 폭발이 아닌 구성의 반복처럼 느껴져, 뮤지컬 장르로서의 깊은 감동은 부족한 편입니다.
주제와 메시지: 애매하게 흔들린 ‘미(美)의 기준’
디즈니가 본 작품을 통해 시도하려 했던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원작 동화에서 미(美)는 철저히 외형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되며, 거울은 백설공주가 여왕보다 외적으로 더 아름답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번 실사화에서는 그 기준이 점차 내면의 성품으로 이동하며, “마음 속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라는 현대적 가치관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영화 속 서사와 설정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합니다. 거울은 처음엔 외면을 기준으로, 나중엔 내면을 기준으로 판단을 번복하는데, 그 과정이 영화 내적으로 논리적인 연쇄 작용을 보여주지 못해 관객은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메시지 전달에 실패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다면, 백설공주가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실천하고 증명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영화는 그 설득을 뒷받침할 충분한 서사나 캐릭터 변화 과정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결국 내면이든 외면이든, 어느 쪽도 분명하지 않은 채 미(美)의 기준은 공허하게 흔들리고 맙니다.
총평과 별점: 디즈니 실사화의 방향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백설공주』는 디즈니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가치를 담으려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완성도와 설득력의 부족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연기, 연출, 시각효과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스토리와 메시지, 감정선 설계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고전 동화의 중심 갈등 구조를 건드리는 동시에 그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완결짓지 못한 점은 영화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가 단지 과거의 콘텐츠를 현재에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입니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에는 정교한 설계와, 현재의 가치관과 원작 사이를 잇는 정합성 있는 메시지가 필수적입니다. 별점: ⭐⭐ (2.0점). 외형적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안의 메시지와 서사는 미완으로 남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