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새롭게 공개된 영화 <배드 인플루언스>는 2024년 5월 9일, 스페인산 로맨스 스릴러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동명의 왓패드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소년원 출신 경호원과 거물 사업가의 딸이 얽히는 이야기를 그리며, 비영어권 콘텐츠의 저력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감상해 본 결과, 클리셰 가득한 전개와 얕은 감정선, 스릴러로서의 미흡한 긴장감 등 다소 실망스러운 요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팬층이나 가벼운 청춘 로맨스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한 번쯤 가벼운 감상용으로 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영화 배드 인플루언스의 줄거리와 캐릭터, 원작 소설과의 비교를 통해 본 작품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배드 인플루언스 줄거리와 핵심 설정
<배드 인플루언스>의 줄거리는 출소한 소년원 출신 남성 에로스가 거물 사업가 브루스의 의뢰를 받아 딸 리스를 경호하는 임무를 맡으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에로스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소년원과 위탁 가정을 전전한 인물로, 사회에서 소외된 배경을 가집니다. 반면 리스는 고급 발레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부잣집 딸로, 정체불명의 스토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중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억지로 가까워지는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하지만 브루스가 전문 경호원이 아닌 에로스를 채용한 이유는 초반부에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으며, 이러한 억지 설정은 관객들의 몰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후 전개 역시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극적인 긴장감이나 반전 없이 평이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2. 캐릭터와 배우들의 케미, 그 한계
영화의 중심을 잡아야 할 에로스와 리스는 캐릭터 설정부터 클리셰의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에로스는 고전적인 '나쁜 남자' 이미지를 차용했지만, 내면의 상처를 깊이 있게 보여주지 못해 캐릭터의 입체감이 떨어집니다. 리스 또한 보호받기만 하던 소녀가 경호원과의 일탈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었지만, 감정 변화가 부자연스럽고 얕게 표현됩니다. 배우 알베르토 올모와 엘레아 로체아는 외형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이들의 연기력이 캐릭터를 살릴 만큼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로맨스 장면에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전혀 살아나지 않아, 감정선을 따라가는 관객들도 쉽게 몰입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서사의 중후반부에서도 캐릭터 간의 갈등이나 감정 폭발 장면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밋밋한 인상을 남깁니다.
3. 스토커 스릴러로서의 긴장감 부재
<배드 인플루언스>는 로맨스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큽니다. 리스를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스토커는 초반부에서 긴장감을 조성할 잠재력이 있었지만, 영화 중반부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집니다. 결국 엔딩 20분 전 갑작스럽게 정체가 드러나며, 그 과정은 급하게 마무리하는 인상을 지웁니다. 브루스가 왜 에로스에게 딸의 경호를 맡겼는지에 대한 후반부 반전도 있지만, 이는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관객에게 충격을 주지 못합니다. 스릴러의 핵심인 서스펜스와 반전이 부족한 채, 영화는 로맨스 장면에만 집중하며 긴장감 조성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로 인해 장르적 정체성이 애매해지고,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갑니다.
4. 로맨스와 일탈의 클리셰적 전개
리스와 에로스의 관계는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릅니다. 상처를 가진 남자와 순수한 소녀의 만남, 일탈을 통한 자아 찾기, 부모의 반대와 금지된 사랑 등의 소재가 반복됩니다. 리스는 처음에는 에로스를 부담스러워하지만,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과 에로스의 매력에 점차 끌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변화는 자연스럽지 않고, 캐릭터들의 대사나 행동 역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리스가 일탈을 즐기는 장면은 가죽 재킷, 오토바이, 파티 등 흔히 사용되는 클리셰로만 구성되어 신선함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로맨스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감정적 몰입이나 두근거림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로맨스와 일탈의 서사가 얕게 다뤄져, 깊이 있는 감동이나 여운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5. 원작 소설과의 비교, 그리고 차별성 부족
원작인 왓패드 소설 <배드 인플루언스>는 5,1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입니다. 원작은 소설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과 캐릭터 중심의 전개로 팬층을 확보했지만, 영화화된 작품에서는 이러한 강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왓패드 원작인 <애프터>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애프터>는 히어로 파인즈 티핀과 조세핀 랭포드라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몰입도 높은 연출로 주목받았지만, <배드 인플루언스>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원작 팬들에게조차 아쉬움을 남긴 이번 작품은 차별성을 만들지 못한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됩니다. 왓패드 특유의 감성과 긴장감을 살리지 못한 채, 기존의 틀에 얽매여 무난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합니다.
6. 종합 평가와 추천 여부
총평하자면, <배드 인플루언스>는 비영어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에 머무르는 작품입니다. 설정부터 캐릭터, 스토리 전개까지 모두 익숙한 틀을 반복하며, 특별한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특히 로맨스와 스릴러라는 두 장르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장르적 아이덴티티가 애매하게 흐려집니다. 유일한 반가움은 <종이의 집>에서 아르투로 로만을 연기했던 엔리케 아르세의 출연 정도로, 팬들에게는 일시적인 흥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 완성도나 감상 후 만족도를 고려했을 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단순한 킬링타임 용도로 가볍게 보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깊이 있는 작품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다른 대안을 권장합니다. IMDB 평점 4.1점이라는 수치도 체감상 과대평가로 느껴질 정도로, 기대를 낮추고 감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