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라스트 댄스>는 2024년 10월,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을 예고하며 개봉된 세 번째 작품으로, 톰 하디가 여전히 주연인 에디 브록 역을 맡아 심비오트 베놈과의 공생관계를 마무리 짓는 여정을 그립니다. 1편은 캐릭터의 참신함으로 호평을 받았고, 2편은 다소 과한 코믹 요소와 산만한 전개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여전히 캐릭터 중심의 힘으로 팬층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3편은 시리즈의 마무리작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전개와 설정, 인물의 깊이, 감정선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시리즈를 이끌어온 톰 하디의 연기력과 케미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구성에 있어 시리즈다운 무게감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베놈3의 줄거리, 캐릭터 활용, 연출적 성과와 한계, 쿠키 영상과 향후 가능성 등 다각도로 영화의 구조를 살펴봅니다.
최종장의 문을 연 에디와 베놈, 위기와 탈출의 여정
영화는 에디와 베놈이 도망자의 신분으로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이들은 전작에서 멀리건 형사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며, 군과 정부 기관이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동시에 심비오트 세계관의 핵심 개념인 ‘코덱스’를 에디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외계 존재 ‘널’과 그 하수인 제노페이지가 지구로 접근하게 됩니다. 설정상으론 다중 위기가 겹친 긴박한 전개지만, 영화는 그 무게를 다 담아내지 못한 채 에디와 베놈의 유쾌한 일상 묘사에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이들은 LA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뉴욕으로 떠나기 전 소소한 해프닝들을 겪으며 전작의 유머 코드를 이어가지만, 이러한 흐름이 극 전체의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이야기는 점점 심각해지지만 정작 주인공은 현실감 없는 태도를 유지하며, 위협의 실체는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질 때까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초반 30분의 템포 저하와 중심 사건에의 늦은 진입은 마지막 편으로서의 진중한 서사가 결여됐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무너진 개연성과 약화된 세계관 확장성
3편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무너진 개연성과 급조된 세계관 확장입니다. ‘코덱스’, ‘널’, ‘제노페이지’ 같은 세계관 핵심 개념은 팬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본작에서는 이들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충분히 활용하지도 않습니다. 널은 강력한 존재로 언급되지만 등장하지 않으며, 제노페이지 역시 단순한 추격자로만 그려져 위협의 본질이 흐릿해집니다. 이처럼 중심 빌런이 명확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동력도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베놈과 에디의 합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었지만, 영화는 이를 단순히 전투력 저하로만 소모해 극적인 활용에 실패합니다. 심지어 에디가 코덱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후반부까지도 유의미하게 활용되지 않아 세계관 확장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3부작의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두 편에서 쌓아온 설정들이 무의미하게 처리되며 전체적으로 완결성 없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세계관의 깊이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캐릭터 대거 투입, 그러나 활용도는 낮았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이 빠진 대신 여러 신캐릭터를 대거 투입했습니다. 치웨텔 에지오포가 연기한 스트릭랜드는 에디를 쫓는 군 장교이자 이중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명확한 동기도, 매력도 부여받지 못한 채 퇴장합니다. 주노 템플의 테디 페인은 에디의 새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사건을 움직이거나 감정선을 지탱할 만큼의 설득력을 주지 못합니다. 특히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리스 이판이 연기한 마틴 문으로, 그의 등장은 에디의 내면 갈등을 자극하거나 서사적으로 전개를 견인하지 못한 채 이야기의 외곽에 머물렀습니다. 전작에서 큰 역할을 했던 캐릭터들의 부재를 신캐릭터로 메우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들이 급조된 설정과 얕은 성격으로 묘사되며 감정 이입이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각 캐릭터가 왜 등장했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채 단순한 이벤트성 장면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느낌이 강합니다. 이는 3편의 가장 큰 결함 중 하나로, 스토리텔링의 깊이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베놈과 에디의 감정선, 유일한 감정적 구심점
시리즈의 전통적 힘은 에디와 베놈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생과 생존의 관계였고, 이후 친구로, 가족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보일 만큼 복합적인 관계성을 지닌 이들은 시리즈 내내 독특한 정서적 울림을 제공해 왔습니다. 3편에서는 이러한 감정선이 시리즈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유일한 서사적 축으로 기능합니다. 에디는 자신과 공생해온 베놈이 점차 약해지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려는 것을 감지하면서 정서적 혼란에 빠지고, 베놈은 그런 에디를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립니다. 둘의 마지막 작별은 비록 연출적으로 과하지 않았지만, 톰 하디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에 묻어난 감정은 관객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베놈이 유리병 속 심비오트 조각으로 남게 되는 설정은 일종의 열린 결말을 암시하며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가능성도 남깁니다. 전체적으로 감정선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지만, 시리즈를 관통해온 정서를 끝까지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베놈3의 유일한 진정성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쿠키 영상 2개와 ‘라스트 댄스’ 부제의 모순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하는 두 개의 쿠키 영상은 베놈의 향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첫 번째 쿠키는 본편에서 언급만 되었던 널이 지구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베놈 세계관 확장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널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심비오트 서사나, 마블 다중우주 내 베놈의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장면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스핀오프나 리부트의 시작일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생겨났습니다. 두 번째 쿠키는 베놈이 남긴 심비오트 조각이 유리병에서 빠져나와, 곤충(바퀴벌레)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장면으로, 에디 없이도 베놈이 다른 존재에 기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또 다른 베놈의 탄생 가능성이며, 라스트 댄스라는 부제와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도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 이러한 연출은 상업적 가능성을 남기기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진정한 작별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다소 기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끝내지 못한 끝, 완결이라 하기 어려운 엔딩은 이 시리즈를 계속 회자되게 만들겠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오래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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