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1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작으로 선보인 영화 <주차금지 (No Parking)>는 주차 문제라는 일상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입니다. 손현우 감독이 연출하고 류현경, 김뢰하, 차선우가 출연한 이 작품은 9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긴장과 갈등을 압축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으나, 그 완성도나 서사 전개의 설득력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 줄거리 – 작은 시비에서 시작된 일상의 균열
이야기의 중심에는 계약직 과장 ‘연희’가 있습니다. 연희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치열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출퇴근 교통체증, 정신 없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매일을 버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퇴근 후 귀가하려던 그녀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다른 차량이 통로를 막고 있는 바람에 주차를 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단순한 사건은 결국 수상한 인물과의 사소한 시비로 이어지고, 그 뒤에는 연희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끔찍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차 문제라는 소소한 사회적 갈등을 현실적인 접근으로 묘사하려 한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출발점 이후 이야기의 전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점입니다. 사건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리얼리티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스릴러 장르의 핵심 요소인 긴장감과 불확실성은 후반부의 무리한 설정과 대사로 인해 산만해지고, 영화는 결국 ‘비현실적 폭력극’에 가까운 형태로 마무리됩니다.
2. 캐릭터와 연기 – 배우들의 고군분투와 설정의 모순
주인공 ‘연희’를 연기한 류현경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극 중 인물의 분노, 두려움, 공포, 절망 등의 감정선을 잘 표현했으며, 특히 절박한 상황 속에서 변화해가는 연희의 심리를 담담히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기도 각본의 부족한 설계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 역할을 맡은 김뢰하는 초반에는 마치 다크히어로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잃고 맥락 없는 폭력성과 집착으로 변질됩니다. 그의 동기 역시 끝까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이러한 불친절한 설명은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방해합니다. 또한 차선우는 스토리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기능적인 조연에 그치고 있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3. 연출과 편집 – 장르적 요소의 부족과 몰입감 저하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서는 관객에게 위협과 불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출 기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주차금지>는 이러한 장르적 문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조명, 음악, 카메라 워크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가 떨어졌으며, 특히 시퀀스 간 전환이 매끄럽지 않아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중반 이후 사건의 속도는 급격히 빨라지지만, 관객에게 이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서사적 설득이 부족해 오히려 감정의 단절을 초래합니다. 클라이맥스로 가는 과정에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면 연출이 부족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장면에서도 관객은 공포보다는 어색함을 느끼며, 마지막에 범인이 끊임없이 다시 등장하는 연출은 장르적 ‘약속’이 아니라 ‘지루한 반복’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는 그 상황에 대한 인물들의 대응도 비현실적이라 설득력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4. 사회적 메시지 – 현실 반영이 아닌 소재 소비로 전락
영화는 ‘주차 갈등’이라는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소재를 활용하며 현실적인 공감을 유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이야기의 출발점으로만 소비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주차 문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그 의미를 상실하고, 결국 비현실적인 폭력극으로 퇴색됩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면, 더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갈등 구조를 구성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자극적인 연출을 통해 단순한 스릴러로 방향을 틀면서 본래의 의미를 흐려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라는 질문만을 남긴 채 극장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됩니다.
5. 결말과 총평 – 억지 설정과 부족한 완성도
결말부에서 주인공이 범인을 물리치는 장면은 전형적인 클리셰의 반복으로 느껴집니다.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인물, 끝없이 되살아나는 악당, 의미 없는 전개, 감정의 고조 없는 마무리는 관객에게 만족감보다는 실소를 유발합니다. 마치 저예산 B급 스릴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무겁게 풀어야 할 사회 문제를 희화화한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주차금지>는 저예산 영화가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지만, 정작 이를 극적으로 구현해낼 역량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릴러의 긴장감도, 사회적 메시지도, 캐릭터의 매력도 살리지 못한 채 관객의 실망만을 남겼습니다.
6. 평점 및 마무리
평점: 1.5점 / 5 점
주차갈등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작품입니다. 연출, 서사, 캐릭터, 메시지 그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았던 영화로, 이와 같은 접근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장르의 신뢰도까지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